[취재노트] 코로나 3차 유행에도 광화문광장 뒤엎는 서울시…일상은 시민만 멈추나
[취재노트] 코로나 3차 유행에도 광화문광장 뒤엎는 서울시…일상은 시민만 멈추나
  • 윤현성 기자
  • 승인 2021.01.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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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서울은 코로나19 2~3차 대유행을 겪으며 국내에서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이에 서울시는 '천만시민 멈춤기간'을 선포하거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전국에서 가장 빨리 실시했다. 서울시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수시로 시민들에게 일상을 잠시 멈춰달라고 요구해왔다.

시 당국은 코로나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공식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정작 하고 싶은 업무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광장 리모델링이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지 2개월이 지났다. 기존 보도 일부를 걷어내는 동측도로 차도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시민이 직접 뽑은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시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전임 시장의 '유업'이라며 대규모 공사를 굳이 강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16일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광장의 서측도로(세종문화회관 쪽)을 광장에 편입해 보행로로 확장하고, 광장 동측(주한 미국대사관 앞)을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을 새 단장하겠다는 서울시의 목표는 지난 2016년 논의가 시작된 직후부터 "구체적인 비전 없이 2022년 대선만을 의식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사업을 추진해오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궐위로 서울 시정을 도맡게 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완공 목표만 기존 2021년 5월에서 10월로 늦춘 채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그대로 이어갔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 공식 발표 이후 ▲공사가 시작된 11월 기준 서 권한대행의 임기는 고작 5개월이 남았다는 점 ▲791억원(시비 662.5억·국비 128.5억)이라는 세금이 드는 사업을 선출직인 '시장'이 아니라 '권한대행'이 강행한다는 점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인데도 공사를 강행하는 점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결과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시는 광화문광장 개선과 관련해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총 330회에 걸쳐 2만2000여명이 넘는 시민과 소통을 진행했고, 2차례의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긍정 평가 의견이 각각 73%, 85%로 높았다고 강조했다.

'권한 남용'이라는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서정협 권한대행은 지난 5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업은 대행인 제가 시작한 사업도 아니고, 지난 4년간 많은 논의가 돼 왔던 사업"이라며 "권한대행이 중지한다면 이게 더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시의 이러한 해명은 평상시라면 다소 아쉬움이 남더라도 수용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서울시가 사업 시작을 발표한 11월 16일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이 시작하기 직전이고, 일주일 뒤인 23일엔 시가 '천만시민 멈춤기간'을 선포하고 대부분 업종에 집합 제한·금지를 적용했다는데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에 공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공사가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에 세워진 공사 안내판(왼쪽)과 차도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광장 동측 도로. (사진=윤현성 기자)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은 40조479억원에 달한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 예산인 600여억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예산에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쟁점은 사용처다.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아 단돈 10원이라도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에 빨리 쓰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광화문광장 개선 마무리가 그렇게 시급한 문제였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시의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는 약 91만명이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에 들이는 시비 662억5000만원은 매출액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에 상응하는 100만원씩 선별 지급한다고 해도 6만6250명몫에 달한다.

지원 폭을 넓히기 위해 시가 앞서 시행했던 영업금지·제한 업종 대상 저금리 특별 융자 등에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볼 수 있다. 시비를 추가 투입한다면 직접 지원 규모를 넓힐 수도 있다.

어느 방안을 선택하든 현재 서울시가 강행하고 있는 광화문광장 재조성사업보다는 코로나19로 1년 이상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확실한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초토화돼보니 공사를 더 하든 말든 별 상관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연말이 되면 정부가 세금 쓰려고 멀쩡한 도로들 뒤엎는다고 하지 않나. 저것(광화문광장 공사)도 딱 그걸 보는 느낌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광화문광장 재개선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660억원 상당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뭐 이미 그 세금은 다 쓰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로 나라에서 지원을 받긴 했는데 손해에 비하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이었다. 저 돈으로 코로나 지원을 더 줬으면 좋긴 했겠지만 그래도 거기서 거기일 것 같다"고 체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영업자의 고통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평범한 일상을 양보한 채 인내하면서 방역에 동참해 주고 있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언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수백억원을 들여 멀쩡한 광장을 뒤엎고 있는 서울시의 모습이 정 총리가 지적한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에 꼭 들어맞는 모양새다. 코로나 감염을 줄이기위해 '집콕'을 신신당부하는 서울시가 걷기 편한 광장 조성에 열중하는 모습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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