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신년사에 웬 '토르'?…공통 결론은 코로나19 조기 종식
신축년 신년사에 웬 '토르'?…공통 결론은 코로나19 조기 종식
  • 조영교 기자
  • 승인 2021.01.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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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눕히면 다리", "탐험하게 만든 건 배고픔"…축기견초·빅토르 위고·김하종 신부 '등장'
2011년 개봉한 영화 '토르:천둥의 신'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2011년 개봉한 영화 '토르:천둥의 신'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뉴스웍스=조영교 기자] 매년 연말이나 연초에 꼭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바로 기업인, 고위 공직자, 시민단체 등 각종 기관 및 단체 대표들의 신년사이다. 새해의 목표와 각오 등이 담겨 있는 신년사를 살펴보면 그해 펼칠 정책, 경영전략, 변화 등을 알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올해는 흰 소의 해라는 신축년(辛丑年)으로 신년사 중 가장 많이 보인 것이 바로 '소'와 관련된 말이었다. 특히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인 '우보천리(牛步千里)'와 비슷한 뜻인 '우보만리(牛步萬里)'는 올해 신년사 중 가장 많이 인용된 사자성어였다. 참신하고 눈에 띄는 인용들과 내용으로 개성을 과시했던 신년사들을 살펴봤다.

일출. (사진제공=언스플래쉬)
일출. (사진제공=언스플래쉬)

신축년(辛丑年)이라고 '소'만 얘기하란 법 있나… 이런 말도 있다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단언컨대 사자성어라 할 수 있다. 함축된 뜻으로 그해에 추구하는 가치관을 표현하기 좋다는 점과 한자를 섞어 쓰면 완성도가 더 높아보이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우보천리'나 '역지사지', '절차탁마' 등 비교적 익숙한 사자성어들도 많이 사용하지만 생소한 표현들도 더러 사용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범금융권 신년사에서 축기견초(築基堅礎)를 사용했다. '집을 지을 때는 토대를 굳건히 하라'는 다산 정약용의 말로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맹자에 나오는 '물은 흐르다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고 다시 흐른다'는 뜻의 영과후진(盈科後進)을 인용하며 "열정과 책무성이야말로 웅덩이를 채우고 또 채우며 학교공동체를 향해 나가게 하는 원천"이라고 표현했다.

성윤모 산업부장관은 '구름 밖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는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사용했다. 꾸준히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구름은 언젠가 걷히기 마련이듯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격려에서 쓰였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논어의 한 구절인 '역수행주 부진즉퇴(逆水行舟 不進卽退)'를 인용하며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는 끊임없이 전진하지 않으면 뒤로 밀려가듯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자성어만 인용하란 법 있나…영화·명언 등 다양하게 인용

신년사에는 사자성어 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명언, 영화 등 다양한 인용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유명 판타지 영화 '토르'를 인용하며 화두에 올랐다. 그는 "'토르'라는 영화를 보면 9개의 세계가 일렬로 정렬할 때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또 강대하게 집중되는데 이것을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한다. 비유하자면 이와 같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명언 '램프를 만들어 낸 것은 어둠이었고 나침반을 만들어 낸 것은 안개였으며 탐험을 하게 만든 것은 배고픔이었다'를 인용하며 "변화가 두려워 현재에 안주하면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 위기 속에 혁신이 있음을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권 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는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눈 앞에 벽이 있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듭시다"고 독려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년사에서 헌법을 인용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2항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가 나서서 적정한 소득의 분배 유지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를 통해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본인의 정책공략인 '경제적 기본권 확대'를 강조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모여 있는 펭귄무리. (사진제공=픽사베이)

구절만 사용하란 법 있나…신년사에도 이야기 담을 수 있다

보통 신년사에선 사자성어, 명언 등과 같은 짧은 구절 등을 인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관행을 탈피하고 일화, 교훈적인 이야기 등을 담으며 구성이 돋보이는 신년사들도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펭귄의 사냥'을 예로 들었다. 그는 "펭귄 무리가 사냥을 하러 바다에 갈 때 처음엔 바닷속의 포식자를 두려워해 다 주저하다 용감한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들면 다 뛰어드는데 맨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 한다"며 "이 말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도전하는 사람을 뜻한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퍼스트 펭귄'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가치와 과정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김하종 신부'의 봉사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성남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 신부님은 코로나로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노숙자와 홀몸 어르신 수백 분에게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계신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손길 덕분에 희망을 갖게 된다. 또 '우리는 사회에 어떤 행복을 더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돌아보게 된다"고 전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쓰나미' 이야기로 변화의 시대임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까? 해변에 파도가 칠 때는 일렁이는 물결과 하얀 거품으로 그 존재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쓰나미는 다르다"며 "수평선 자체가 높아져서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기 때문에 원거리에선 그 움직임 자체가 잘 구분되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점에는 이미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자성어, 명언 등을 인용한 각양각색의 신년사들이 있었지만 하나의 메시지만큼은 수십, 수백 개의 신년사가 공통으로 전하고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의 종식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던 천연두가 소를 활용한 우두법(牛痘法)에 의해 정복 됐듯이, 소의 해를 맞은 올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트린 코로나 시대가 종식되길 기원한다"고 소망했듯, 모두의 신년 바람처럼 올해엔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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