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악당 사업주 단죄하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 멈추지 않을 것"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악당 사업주 단죄하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 멈추지 않을 것"
  • 원성훈 기자
  • 승인 2020.12.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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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민주당 산안법 개정안, 위반 사업장 실제 벌금 50만원 높인 데 불과…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절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에 돌입하며 농성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에 돌입하며 농성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다수의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생 개혁 법안이다. 한마디로 기업과 국가의 산업재해 책임을 더 강화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줄이자는 취지다.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아들인 고(故)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를 잃은 김미숙씨가 발벗고 나선 '국회 입법 청원'은 한달 만에 10만명 동의를 돌파할 정도로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오는 9일로 종료되는 이번 정기국회 안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9일은 커녕 연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서 정의당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에 돌입했다. 이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 4일 뉴스웍스를 통해 '재계와 노동계 및 언론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사업주에게 500만원 이상(법인 3천만원 이상)이란 벌금 하한선을 도입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부분적인 법 개정을 통해 처벌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으로 인한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지난 5년간 사업주 처벌 수준은 벌금 평균 420만원이고 법인은 448만원이다. 이렇게 미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행 산안법은 중간책임자가 최고경영진의 의무를 대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체제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이 최종 경영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제정법이 필요하다.

결국 민주당의 산안법 개정안은 벌금 수준을 50만원 정도로 상향시킨 수준이고 경영책임자에게 명확한 책임도 못 묻는다. 실제 중대재해사업장에 대한 과징금 적용이 제외되는 제도상 허점도 있다. 실질적인 경영책임자 처벌을 통한 산업재해 예방 조치라는 알맹이를 빼놓고 산업안전에 대한 어떤 대책도 면피용에 불과하다."

정의당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제공=정의당)
강은미(왼쪽 세 번째) 정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제공=정의당)

-민주당이 준비한 개정안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제외됐다. 기업의 대표이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도 산업안전근로감독 실적은 2만 2천개소를 기록했다. 전체 사업체 410만 3172개소(2018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중에서 2019년도 산업안전근로감독 대상사업장은 265만개이다. 이 개정법안에 따른 근로감독 지적사항은 전체 사업장 중 0.5%만 해당한다. 실제 중대재해 예방에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산안법 개정으로 행정제재를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와 징벌적 손해배상은 다른 법을 제정해 추진하겠다고 주장하는데.

"현행 산안법은 산업안전보건조치 강화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체제를 요구한다. 즉 중간책임자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대신하도록 돼 있다.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고를 보면 사고의 주요 원인은 원청의 공사기간 단축 요구에 따라 안전을 무시하게 되는 무리한 동시 작업이다. 결과는 발주처 팀장과 원청 대표이사 선에서 불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같은 달(4월 13일) 다른 사업장에서 원청의 하청 업체는 금전적인 이유로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아 또 다시 사망자가 발생했다. 노동자의 생명안전보다 비용이 우선하기 때문에 최종 경영책임자의 적극적인 안전 예방 조치 없이는 사고는 재발하게 돼 있다.

중대재해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대재해를 명확히 '기업범죄'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업 내 명시적 또는 묵시적 유해위험방지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거나, 사람의 생명·신체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문화도 기업범죄임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호주의 산업 살인법은 '태만·동의·묵인·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무시' 등의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 속에서 이윤을 극대화했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의 고용은 왜곡되고 하청에 재하청, 고용과 더불어 위험도 외주화됐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도 어렵지만, 그 희생이 노동자들과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형국이다. 예컨대 산재가 발생해도 입증책임이 피해자에 있어 해결이 매우 어렵고, 기업은 산업 기술 보호라는 미명 아래 정보제공을 극도로 제한할 수 있다. 삼성 백혈병이 그 단적인 예이다.

최근 산업기술보호법의 비밀 유지 의무는 누구도 기업정보를 가져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아닌 자는 피해를 입어도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게 징벌적 손해 배상의무를 부여하고 입증 책임을 기업에게 지우는 법안이 제정법안에 포함돼 있다."

이천
2020년 이천물류센터 화재참사 원하청 구속 현황 (자료제공=강은미 의원실)

-중대재해 시 하청업체 휴업수당 미지급 사례에 대한 대책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도급사업 등에서 임금에 대한 원청의 연대 책임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휴업수당의 경우 근로의 대가가 아닌 점 등 임금으로 보지 않아 원청에게 연대책임을 묻지 않는다. 특히 조선업 등에서 원청의 귀책 사유로 인한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전부, 일부)가 이뤄지면 불가피하게 일을 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원청은 자신의 직원들에게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면서 하청의 경우 도급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하청업체 직원의 불가피한 휴업에 책임을 면하려고 한다. 하청업체도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이 아니므로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지난 10월 7일 도급사업인 경우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도 수급인이 그 하수급인과 연대해 근로자의 휴업수당을 책임지도록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반드시 입법하도록 할 것이다."

-과실범인 산업안전법 위반사범에 대해 고의범처럼 중형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견해는.

"형법상 과실은 중대재해를 기업범죄로 보지 않는데 기인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특별 형법으로 처벌과 손해배상에서 다른 법보다 우선해 적용될 것이다. 오히려 노동자와 시민들이 죽어가는데 이를 과실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국민정서와 법감정에 균형이 없는 것이 아닌가.

또 사업주의 과실치사죄 처벌이 산업안전보건법이 경영책임자를 처벌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서는 경영책임자의 관심과 기업문화가 중요하다. 오히려 중대재해를 용인해 주는 지금의 법 체계가 바로 잡혀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비용이 우선시돼서는 안 된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당직자들이
강은미(가운데) 정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당직자들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NO MORE DEATH(더 이상 죽이지말라)'라고 쓴 팻말을 들고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시 사업주를 징역 7년 이하로 처벌하는 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안법 개정은 사실 '고 김용균법'이라고 정부는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는 평가다. 올해 태안화력발전소, 영흥화력발전소 화물차주 사망이 잘 말해주고 있다. 하나의 작업을 하는데 원청(발전사), 하청1, 하청2, 화물차주 등 다자관계 등 복잡한 구조하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누가 안전을 신경 쓰겠는가.

현행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으로 인한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해 지난 5년 간 사업주 처벌 수준은 벌금 평균 420만원이고 법인은 448만원이다. 이렇게 미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행 산안법은 중간책임자가 최고경영진의 의무를 대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체제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처럼 최종 경영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제정법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매일 돌아오지 못하는 7명의 국민들을 위해 시급히 이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안전관리자를 지정하기만 하면 몇 명이 죽어 나가도 대표이사에 대한 처벌은 없고 기업은 겨우 과징금 몇 푼을 낼 뿐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계를 등한시하는 것이다. 악당 사업주들을 단죄하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건설 현장 노동자가 고층 건설 현장에서 추락하는 재해를 당하자 동료 노동자들이 달려와서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건설 현장 노동자가 고층 건설 현장에서 추락하는 재해를 당하자 동료 노동자들과 119대원들이 달려와서 피해 노동자를 들것에 싣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건설 현장은 노동조합이 수시로 점거해 기업이 현장 통제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모든 책임과 처벌을 기업만 져야 하느냐'는 기업의 목소리에 대해선.

"집단적 노사관계와 중대재해를 동일시 해서는 안 된다. 노조의 현장 통제권이 중대재해 원인이 아니지 않나? 호도하면 안 된다. 오히려 법이 개정될 때마다 기업은 법을 회피해가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해왔다.

최근 고용구조 복잡하고 다양해 지고 있고, 그에 따라 위험도 외주화되고 있다. 노동자 목숨값을 헐값으로 다루고, 비용으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다. 또한 노조가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아무리 얘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대다수이고 현실이다. 건설 현장의 집단적 노사관계는 상당수 고용안정의 문제가 많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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